제목: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는 언제 해소될 수 있을까 날짜: 2022. 2. 17. ---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는 언제 해소될 수 있을까 어떤 기업 A가 다른 기업 B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때, B의 가치는 A의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B의 시가총액이 1조원이고, A가 B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면, 부채나 다른 할인 요소가 없다는 전제 하에 A기업은 5천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다른 기업의 지분을 1조원어치 가지고 있는데도 시가총액이 5천억원밖에 되지 않는 것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시가총액 2조 4천억원인 하이트진로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습니다. 1조 2천억원 어치인 셈입니다. 여기에서 부채 6천억원을 빼면, 6천억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시가총액은 3천억원 남짓입니다. ​ 영원무역홀딩스 역시 시가총액 1조 9천억원인 영원무역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알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최소 9천억원의 값어치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영원무역홀딩스의 시가총액은 6천 5백억원에 불과합니다. ​ 조금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시가총액 23조원 카카오뱅크의 27% 지분(6조 2천억 원어치)을 가진 한국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4조 8천억원입니다. 한국금융지주의 본 사업이 망해가는 것도 아닙니다. 2021년 카카오뱅크 지분 반영을 제외하고도 당기순이익이 1조 2천억원에 달합니다. ​ ​ 브이아이피자산운용에서 운영하는 브자TV에서 몇 달 전에 지주회사에 대한 영상을 올려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 와이스트릿 채널에서 이채원 의장님 인터뷰를 진행하였을 때에도, 지주회사에 대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 우선주가 현대차 본주 가격을 많이 따라잡았다고 하시는데, 지금 5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현대차의 주가 흐름을 모르고 계시는 건 의아한 점이네요.) ​ 한편 더퍼블릭자산운용 김현준 대표님은 저서 워렌 버핏처럼 사업보고서 읽는 법에서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현금화 또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지분증권은 이자, 배당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배당금만이 모회사의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진짜' 이익잉여금이므로 배당할인모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주사가 자회사의 경영권을 팔아버릴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타당한 지적입니다. NAV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고 해서 하이트진로홀딩스가 하이트진로를 홀랑 팔아버리고 주주에게 현금을 나눠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지주회사는 가치투자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손님이기도 한데, 아마 자회사 시가총액의 합이 지주회사의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등의 투자 아이디어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아주 큰 논리적 오류가 있는데, 미스터 마켓이 자회사들의 가치는 적정하게 제시하면서 지주회사의 가치는 낮게 제시한다는, 굳이 표현하자면 '선택형 효율적시장 가설'이 되겠다. <워렌 버핏처럼 사업보고서 읽는법, 김현준> 예를 들면, 사업회사는 사업이 확장되는 것만으로 그 지분의 가치가 커지고, 거래 여하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사업이 성숙해서 충분한 배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지주회사가 가진 사업회사 지분은 실제로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을 것입니다. ​ ​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1. 매각할 수 있는 지분이 아니라면, 상장 자회사의 시가총액을 지주사 가치 계산에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를 토대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를 논하는 것 역시 무의미하다. 2. 모회사의 가치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상장 자회사가 지급할 배당과 로열티이다. 3. 지주회사는 NAV보다 사업 확장과 주주환원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한다. ​ ​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는 한국의 주주 자본주의가 얼마나 후진적인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 한편, 추후 법과 제도, 문화가 나아짐에 따라 개선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투자시에는 NAV 대비 할인율보다는 지주회사로서의 역량과 자회사의 현금창출능력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