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간은 뇌와 손가락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 VR과 메타버스 날짜: 2021. 7. 6. --- 인간은 뇌와 손가락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 VR과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참 핫합니다. 암호화폐 만큼이나 신문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기성 세대는 모르고 있지만 1020은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시장가치가 있고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거라고 합니다. ​ "7월말 약 32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싸이월드가 메타버스 기능을 탑재한 '싸이월드Z'로 돌아온다"며 "멀티버스를 포함한 모든 메타버스의 구심적 역할을 구현할 것" (싸이월드는 언제 봐도 스캠같네요... 또 공개가 미뤄졌습니다.) ​ 부동의 최애주였던 테슬라에 대한 매수세가 급격히 꺾인 반면 메타버스 대장주인 로블록스가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 저는 영 미심쩍습니다. VR이 떠오릅니다. ​ 가상현실, 증강현실이며 차세대 매체가 될 거라고 그렇게 떠받들었지만 유저들이 원하던 것은 좋은 TV, 좋은 모니터였지 머리에 끼는 기구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요소 때문에,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과 실제로 사용했을 때의 경험이 너무 달랐죠. 오큘러스 퀘스트2가 100만대 이상 팔렸다고 하는데, 당장 플레이스테이션5가 2천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너무 멉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는, VR의 실패는 시각과 청각만으로는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증거 같기도 합니다. 아무리 실감나는 영상으로 롤러코스터를 체험한다고 한들, 실제로 바람이 지나가는 촉감과 몸이 쏠리는 가속도, 유원지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총체적인 UX와는 전혀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저는 아이돌 콘서트를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역시나 실제 콘서트와는 그 경험이 너무 달라서 이질감만 강하게 느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라고 할까요? 차라리 고화질 모니터로 보는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 메타버스는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MMORPG를 즐겨온 사람들에게 그리 낯선 경험은 아닙니다. MMORPG에서는 직업을 정하고 캐릭터를 성장시켜 강하게 만들고 적을 쓰러트리고 아이템을 얻는 것이고 메타버스에서는 과금을 해서 캐릭터를 꾸미고 친구를 사귀고 여러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 같습니다. ​ 로블록스에서 구찌 가방이 비싸게 팔렸다고 떠들썩했지만, 사실 리니지에는 이보다 비싼 아이템이 발에 채이게 많습니다. 이 역시 가상 아이템입니다. ​ 그런데 이런 메타버스가 가상의 한계를 넘어서 현실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 인간은 뇌와 손가락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본 이야기인데 출처를 까먹었네요... 혹시 짚히는 데가 있는 분 알려주세요. 갑갑합니다.) 아무리 메타버스가 그럴싸하게 만들어져서 친구들과 자주 메타버스에서 만난다고 한들, 실제로 만났을 때와 같은 경험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에서 유원지를 즐긴다고 현실 유원지에 가고 싶은 마음이 해소되지도 않을 것 같구요. 과연 10대라고 해서 현실보다 가상을 더 와닿게 느낄런지, 깊은 의문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 ​ 다른 변수가 없다면, 코로나가 끝나고 현실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메타버스 붐은 지금만은 못하게 정체되거나 사그라들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